모든 여행은 돌아감을 전제로 하지만 언젠가 나는 아주 먼 곳에서 돌아오지 않는 여행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 적 있었습니다 돌아갈 곳을 염두에 두지 않은 여행이야말로 참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바로 그때였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은 자유로운 의식을 보장받는 대신 평소 자신을 생각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겪어내야 하는 두려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만약 내게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순간순간 주어지는 쾌락에 만족하며 사는 일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결코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겨울 덕유산을 오르며 나는 가파른 눈길을 되돌아올 생각으로 한발 한발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정상에 서는 순간 오지도 않은 다음 일을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산은 한심한 내몸에게 호된 꾸지람을 내렸습니다 안일하다고,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고
눈꽃이 눈부신 향적봉에서 멀리 바라보는 남덕유의 산봉우리들, 독야청청한 겨울 구상나무가 내 안의 당신처럼 참 아름답고도 눈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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