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찻집은 생각지도 않았다. 작곡을 하는 집주인이 작업하기 편안한 곳을 찾아 10년전에 이 마을에 들어와 직접 집을 지었다. 작곡도 '보이지 않는 공간' 개념이라 건축과 많은 부분 닮았단다. 도리어 금방금방 성과가 눈에 보여 집짓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풍경소리'를 처음 본 인상은 그냥 전원주택이다. 모악산 아래 예쁘게 지어진 집. 허리께에 닿는 낮고 작은돌담, 마당한켠에 놓인 나무길, 황토흙으로 만든 굴뚝같이 생긴 가로등, 담장곁에 몇 개 놓여있는 장독... 작은 간판이 없으면 집주인이 집단장을 예쁘게 해놓고 사는 곳인갑다하고 생각하겠다.
따로 대문도 없다. 소나무 한그루는 기둥이 되고 다른 한그루는 아치를 이뤄 대문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1층은 살림집. 2층으로 난 나무계단을 올라가자하니 계단과 본채 사이에 들녘을 바라다 보이게 둥근 문처럼 뚫려있다. 자연석으로 담 밑을 받치고 도랑이 흐르게 만든 소쇄원처럼 자연을 집안으로 들이려는 배려가 느껴진다.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바꿔신고 실내로 들어선다. 윤이 반질반질난 마루장이 실내화벗고 학교교실 통통통 뛰어다니던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게 만든다. 손님들은 실내화 신고 들어서는 게 어느 집에 초대받아 온 것 같단다. 황토벽이 친근하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너른 논둑길 지나 모악산과 반대쪽으로 구이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한가지 흠이라면 전주에서 운암가는 도로가 시선을 가로막는 것. 근데 역설적이게도 이 도로 덕분에(?) 풍경소리가 문을 열었다.
본래 단층으로 지었던 집인데 2년전부터 공사에 들어간 이 도로 때문에 아름다운 구이저수지가 보이지 않게 되자 2층을 얹게 되었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이런 좋은 풍경은 함께 즐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찻집하나 내라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풍경소리'가 생겨난 것.
거기에 있습니다.
모악의 한자락
꼭 그만큼의 자리에...
라는 시와 함께 모악산 시인 박남준씨가 '풍경소리'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바로 바깥에서 농사짓는 농민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해질녘 풍경소리 들으며 붉게 물들어가는 산과 들, 강을 바라보는 것은 이집에서만 가질 수 있는 행운이다.
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찾아오는 이들이 출출한 김에 자주 먹는 풍경국수맛이 일품이다. 멸치다신 물로 말아먹는 국수는 집에서 개운하게 만들어 먹는 바로 그맛이다. 국수 마는 양이 상당하다. 매일매일이 잔칫집 같단다. 국수를 내온 그릇이 장독뚜껑같다. 손내마을에 사는 옹기장이 이현배씨 가 만든 것이다. 투박하면서도 풋풋하다.
녹차는 지리산에서 가져오고 커피는 스타벅스를 쓴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맥라이언이 마시는 커피잔에 '스타벅스'라는 로고가 새겨져있는 그 커피.
메뉴(가격)
녹차=우전 5,000원, 세작 4,000원, 중작3,000원
커피(스타벅스)=하우스브랜드 3,000원, 케냐 4,000원, 카프치노 4,000원
한방녹각탕 6,000원, 솔잎차 4,000원, 오미자 4,000원, 매실 3,000원
풍경국수 3,000원
주소: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전화:063-221-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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