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배웅나선 ‘대청호 낙엽길’ | |
살랑살랑 작별의 손짓 찰랑찰랑 아쉬운 뭄짓 | |
타오르던 산과 들이 서서히 갈빛으로 잦아들고 있다.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 나뭇잎들은 바람 속으로, 다시 흙 위로 몸을 던지며 춤추고 뒹군다. 길을 덮고 지워서 더 환한 길을 보여주는 낙엽들이 숲길마다 두툼하다.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화려했던 가을 경치의 막바지를 장식하고 있는 때다. 그 배경에 햇살 머금은 물살 잔잔한 호수 경치가 펼쳐진다면 나뭇잎들의 춤은 더욱 반짝일 터이다. 대청호 호숫가로 날리고 쌓이는 나뭇잎의 군무를 만나러 간다. 대청호 북쪽 물길을 따라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경부고속도로 신탄진나들목을 나와 대청댐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 낙엽길은 시작된다. 북쪽 물길따라 청남대까지 날리고 쌓이는 나뭇잎의 군무 대청댐으로 향한 32번 지방도는 샛노랑 은행잎들이 흩날리고 쌓이는 길이다. 보조댐을 만나 직진해 물홍보관을 지나 대청댐 앞에 이르도록 괜찮은 늦가을 경치가 이어진다. 대청교 건너 좌회전한 뒤 청남대 쪽으로 우회전하면서 산길로 오르게 된다. 대청호 북쪽 호반길이다. 언덕 위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널찍한 호수가 펼쳐지고, 발밑엔 대청댐이 내려다 보인다. 작은 전망대 건너편에 차를 너댓 대 댈 만한 주차공간이 있다. 이곳이 절벽 위의 절로 이름난 현암사 들머리다. 계단을 따라 20~30분쯤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길에도 낙엽은 흩날리며 진한 가을 향기를 내뿜어, 발길을 절로 오르게 해준다. 구봉산(370m·구룡산) 자락 산비탈에 들어선 현암사는 신라때 창건된 절이다. 대청호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물길 사이 사이로 무수한 산봉들이 다도해의 섬들처럼 솟아 있다.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던 청남대로 이어진 산길도 빤히 보인다. 2003년 개방되기 전까지, 현암사엔 청남대 경호대원들이 상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청남대 쪽을 관찰하는 데 최상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원효대사가 이 절에 머물며, 천년 뒤에 절 앞에 세 개의 호수가 생기고 ‘임금 왕’자 지형이 생기면 왕이 옮겨와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면소재지 옆 호숫가론 널찍한 억새숲이 펼쳐지는데, 억새숲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낙엽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차를 청남대매표소 앞이나 주변 길가에 대고, 포장집 옆 ‘낙엽거리’라고 쓴 팻말을 보고 걸어들어가면 된다. 목책과 나무계단을 따라 물가쪽 억새숲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짤막한 호숫가 길이지만, 가끔씩 수면을 차고 날아오르는 철새들과 떨어져 쌓이는 낙엽들이 어울려 거닐어 볼만한 경치를 선사한다. 길은 호숫가를 돌아 다시 청남대매표소 쪽으로 나오게 돼 있다.
시간 여유가 있고, 따로 호젓한 드라이브를 더 즐기겠다면 청남대 들머리에서 보은·회남 쪽으로 좌회전해 월리사 거쳐 소전리~후곡리~진사골(대각사)까지 이어진 1차선 포장길을 따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볼거리는 없지만, 때때로 그림같은 호수쪽 경치가 나타나는 오지 산길이다. 길이 비좁아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월리사는 신라때 의상이 근처에서 창건한 뒤 조선때 옮겨왔다는 작은 절이다. 대각사는 요즘 지은 암자다.
꽃밥·죽염된장·대추고추장…곳곳에 별미 대청호 여행길에 들러볼 만한 맛집들을 소개한다. 이동 범위가 다소 넓기는 하지만, 모두 자부심을 갖고 음식을 내는 곳들이어서 찾아가 맛볼 만하다. 대청호 문의면에서 한시간 안쪽에 닿을 수 있는 곳들이다.
괴산 호산 죽염된장=괴산군 청안면 운곡리. 널찍한 한옥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과 죽염으로 만든 된장, 그 된장으로 요리한 음식을 판다. 20여가지 밑반찬들은 모두 직접 재배하거나 자연산 재료를 쓴다. 씻어낸 3년 묵은 김치를 밥에 싸먹는 맛도 그만이다. 청국장 한정식이 5000원, 된장에 잰 삼겹살 한정식이 1만원, 손두부 7000원. 누룩·기장·당귀·식혜를 넣어 담근 동동주인 운곡주도 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짜다. 주인(이정림)은 “짜지만 죽염으로 간을 한 것이어서 물이 켜지 않는다”고 말한다. 식당 뒤엔 수많은 장 항아리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론 새로 지은 펜션 건물들이 있다. 된장을 사가는 고객에겐 11개의 방에서 자고 갈 수 있도록 해준다. 된장 3㎏ 4만원, 청국장 1㎏ 1만원. (043)832-1388.
보은 속리산 대추고추장 =역시 법주사 들머리 식당가에 있는 흥원식당(043-543-4309)은 대추를 이용해 고추장을 담그고, 그 고추장으로 산채비빕밥을 내는 전국 유일의 집이다. 대추를 푹 고아 거른 진액에 마늘과 조릿대·느릅나무껍질을 달여 넣고 메줏가루·고춧가루·천일염을 섞어 3개월 숙성시킨 고추장이다. 여기에 더덕·쇠고기를 다져넣고 비빔밥용 고추장을 만든다. 이 고추장을 곁들여 내는 것이 ‘대추 산채 비빔밥’이다. 설탕 등은 쓰지 않고 대추가 단맛을 내므로, 각종 버섯과 나물류가 들어가 버무려지는 비빔밥 맛이 깊고도 구수하고 달콤하다. 올해 충북음식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음식이다. 비빔밥 7000원, 정식 1만~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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