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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부산복집

by 류.. 2005. 11. 17.

 

 

 

  위      치 : 스카라극장에서 충무로 쪽으로 2번째 골목 30미터 안

 

  전화번호 : (02) 2266-3266, 2263-3198

 

  메      뉴 : 복매운탕 9,000원
                    복껍회 9,000원

 

사실 복이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다. 일부 술꾼들의 고급스러운 해장용 음식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할 뿐 많은 이들은 독이 들어있는 음식정도로만 알고 있는 그런 것이 바로 복이다.

 

을지로 부산 복집이 이룩한 가장 혁혁한 공로는 웬만한 복집의 반 값 정도로 가격을 내리고도 최상의 음식맛을 유지해내는, 이른바 복집의 대중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자동빵으로 나와주는(대개의 전문집들이 그러하듯) 복매운탕이 1인분에 9천원이다. 웬만한 시중 복집의 거의 절반 정도의 가격이다. 그러나 복어 다섯 토막이 들어있는 양도 양이거니와 그 맛에 있어서 가격 파괴에 의한 품질의 저하를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이런 가격이 나온 이유는 복 요리를 단순화 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급스러운 서비스로 가격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시설이 화려해서 그것이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복요리, 미나리, 콩나물. 이 삼박자로 모든 것을 승부해 버린다.

 

가게가 번창하여 극동 빌딩쪽에 한개, 쌍용빌딩 뒤로 또 한개의 부산 복집이 형제들에 의해 분가되었지만 지금 소개하고 있는 을지로가 원조다.  그다지 크지 않은 1층과 앉아 먹는 구조의 넓은 2층의 이집에 들어서면 40년의 세월을 짐작하게 해주는 양은 냄비가 가스불에 올라가진다. 내용물은 육수에 신선한 콩나물. 이 것이 끓기 시작하면 양념 다대기를 넣고 복어를 넣고 미나리를 듬뿍 넣는다. 육수가 끓기 전에 냄비 뚜껑을 열어보는 촐랑거림은 콩나물의 향기를 내몰아버리는 지름길이니 진득하게 기다리시길.

 

 

육수가 보글보글 끓으면 먼저 미나리를 건져 고추냉이를 풀은 간장에 찍어 먹는다. 복어의 맑은 국물이 배어난 미나리의 톡쏘는 감칠맛이 미각을 돋우어준다. 국물을 한입 떠 먹어보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워낙 복 국물 자체가 깔끔하고 담백하며 시원한데 여기에 콩나물이 첨가되 버리니 해장용 술꾼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소주 한잔을 먹고 해장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버린다.

 

복어는 아주 탄력있고 부드럽다. 말랑말랑한 그 것을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쏙 넣으면 살그머니 혓바닥에 감기는 것이 마치 생선 요리와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버린다. 어우 시원하다를 연발하며 미나리를 먹고 복어를 먹고 콩나물과 국물을 먹고 나면 밥을 볶아 준다. 두명이라면 1인분만 볶아 달라고 해도 충분하다.

 

말린 복껍질을 미나리와 들깨등으로 양념한 복껍회는 약간 비린 맛이 나긴 하지만 독특한 기분이 들어 먹어볼 만하다.

 

 

이 집에 맛의 비결을 물었더니 복은 유난히 깨끗하게 다듬어줘야 시원한 맛이 난다는 것과 특별한 양념을 쓰지 않고 미나리와 콩나물로 단순화 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도 맞지만 본 위원이 생각하는 이 집의 맛의 비결은 가게에 대한 주인들의 남다른 애정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 할머니가 행주를 들고 다니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일에 대한 열정이 복 요리를 맛있게 해주는 특급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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