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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에 젖은 전북 진안. 운장산과 구봉산 등 진안을 겹겹이 둘러싼 산들은 붉은 가을빛을 토해내고 도로변 은행나무들도 노란 잎을 흩날려 정취를 더해준다. 해발 300m의 고원에 위치해 호남의 다른 지역보다 가을이 빨리 찾아오는 진안. 이곳의 마이산을 찾으면 낙엽을 밟으면서 단풍을 즐길 수 있어 가을을 갑절로 느낀다.
◆다양한 모습의 마이산
마이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인다. 보통은 이름 같이 말이 귀를 쫑긋 세운 모양을 하고 있어 동쪽에 있는 것을 수마이산, 서쪽을 암마이산으로 부른다. ‘같은 모양인데, 왜 암수를 구별했을까’란 의문이 든다. 그러나 곧 해답을 찾았다. 자동차를 타고 진안군청 오거리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마령 방면으로 5㎞쯤 달리다 오른쪽을 봤을 때 ‘남근’이 불끈 솟은 모양이 보였다.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양성쇄(41) 계장은 “이곳에서 보면 왜 수마이산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며 “암마이산은 부끄러워 수마이산 뒤로 숨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이산 산행은 보통 남부 또는 북부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남부매표소를 지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걸으니 온통 붉고 노란 단풍 물결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벚나무들은 바람에 낙엽을 떨궈 운치를 더한다.
20여분 지났을까,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자갈이 뒹구는 비포장길이 나왔다. 정면으론 절이 보이면서 돌로 쌓은 탑들이, 왼편으론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절벽에 거대한 포탄 구멍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난 암마이산이 보였다. 낙석더미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그러나 1억년 전 퇴적층이 쌓인 호수 바닥이 지각변동에 의해 솟아 생긴 마이산은 마치 레미콘을 부은 것처럼 돌들이 단단히 굳어 낙석이 거의 없다. 포탄 구멍처럼 보이는 자연동굴은 역암층의 풍화·침식 과정에서 생긴 ‘타포니(Tafoni)’라고 한다.
마이산의 돌탑들은 천지탑과 월광탑 등 80기가 있는데, 현지 주민 이갑용씨가 1900년 초부터 30여년간 혼자 쌓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향토사학자들은 이 탑은 풍수사상의 영향으로 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진안문화원 최규영 원장은 “이갑용씨가 쌓았다고 주장하는 해보다 100여년 앞선 기록에서도 마이산에 탑이 많다는 기록이 있다”며 “‘마이산이 들썩이면 나라가 편치 못하다’는 설이 있어 이를 비보(裨補·풍수상 허하거나 흉한 곳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절을 짓거나 돌탑, 숲 등을 조성함)하려고 조선 초기에 탑을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돌탑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10분쯤 걸으면 거대한 코끼리가 얼굴을 들고 서 있는 형상의 수마이산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탄성을 자아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수마이산 아래에는 은수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앞마당에 거대한 법고와 목어가 있다.
은수사를 왼쪽으로 돌아 계단을 오르면 천황문이 나온다. 천황문은 일반 ‘문(門)’이 아닌 물이 갈라지는 분수령이다. 즉 암마이산과 수마이산에서 내려온 물이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의 원류가 된다.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 전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다는 전설이 있다.
천황문에서 수마이산의 가파르게 난 등산로를 100여m 오르면 화엄굴에 닿는다. 굴에는 석간수가 흐르는데, 남자 산에 흐르는 물이라 아들이 없는 여인이 마시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지난달 말까지 천황문에서 암마이산을 올랐지만 훼손이 심해 2014년 10월까지 등산로를 폐쇄했다. 천황문에서 북쪽으로 400여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북부 주차장에 닿아 산행이 끝난다. 소요시간은 1시간20분 정도.
◇말이 귀를 쫑긋 세운 것처럼 서 있는 수마이봉(왼쪽)과 암마이봉.
◆민물고기 천국 진안
진안을 찾으면 잉어와 쏘가리 등 신선한 민물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공해 유발 시설이 없어 진안의 모든 물이 1급수를 자랑하는데, 2001년 담수가 시작된 용담댐에서 씨알이 굵은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상전면 구룡리 ‘용쏘나루터(063-432-9973)’는 붕어찜으로 유명하다. 사장 원전희(60)씨는 용담댐에서 붕어를 직접 잡아 내장을 꺼낸 뒤 파와 마늘 등 10여가지를 섞은 고추장 양념을 넣고 2시간 정도 조려 내놓는다. 붕어찜에는 무청을 말린 시래기도 함께 나오는데, 이 또한 별미. 시래기는 지난해 겨울부터 말린 것을 쓴다고 한다. 1인분(500g)에 1만원.
상전면 월포리의 ‘토지(432-5561)’도 각종 민물고기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신선한 쏘가리회를 맛볼 수 있다. 쏘가리는 양식이 되지 않아 최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한 쏘가리는 1급수에서만 살아 간디스토마 염려도 없다. 1㎏에 10만원. 비싼 게 흠이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 맛보려면 이보다 2∼3배의 가격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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