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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by 류.. 2005. 4. 16.

 

    허락하신다면, 사랑이여
    그대 곁에 첨성대로 서고 싶네, 입 없고 귀 없는 화강암
    첨성대로 서서 아스라한 하늘 먼 별의 일까지 목측으로 
    환히 살폈던 신라 사람의 형형한 눈 빛 하나만 살아,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일 년 삼백예순닷새를 그대만 바라보고 싶네
    사랑이란 그리운 사람의 눈 속으로 뜨는 별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저마다의 눈물로 
    반짝이고, 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순금 팔찌와 아사달을 
    그리워한 아사녀의 잃어버린 그림자가 서라벌의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로 떠오르네, 사람아 경주 남산 돌 속에 숨은 사랑아, 
    우리 사랑의 작은 별도 하늘 한 귀퉁이 정으로 새겨
    나는 그 별을 지키는 첨성대가 되고 싶네
    밤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쌓아 하늘로 올라가 그대 
    고운 눈 곁에 누운 초승달로 떠 있다가, 새벽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풀고 땅으로 내려와 그대 아픈 맨발을 씻어주는 
    맑은 이슬이 되는,
    정일근
     
    

    유형문화재 42호 대견사지 3충석탑(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비슬산)

    신라시대 석탑인데 2009년 낙뢰로 훼손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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