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by 류.. 2005. 4. 6.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이후로 나는 철길에서 서성거렸고 아무 驛에서나 기웃거렸다 기차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듯했다 가슴이 깊이 패였다 네 마지막 이미지가 유령처럼 내 영혼의 허허벌판 위로 떠돌아다녔다 내가 늙어가는 동안 아직도 너를 승객으로 태운 기차는 남국의 해변을 가고 있거나 북국의 거친 눈발을 뚫고 있을까 나는 늙어가는데 너는 이별하던 순간의 젊음을 간직한 채 나보다 싱싱한 사내와의 연애를 꿈꾸고 있을까 내 뼈는 침목처럼 단단해져서 내 육체를 기차처럼 견뎌내고 있지만 먼 훗날 기차가 녹슬고 나면 침목들의 간격은 무참히 일그러지겠지 기차는 새벽에도 자정에도 떠나고 일몰에도 떠나지만 내게 돌아오는 기차는 없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내 몸을 간이역처럼 세워 놓지만 멈춰 서는 기차도 없었다 김충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가  (0) 2005.04.16
강으로 가고 싶다  (0) 2005.04.09
바람없는 날  (0) 2005.04.03
비가 오면  (0) 2005.04.03
당신을 보내고..  (0) 2005.04.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