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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없는 날

by 류.. 2005. 4. 3.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나는 나부낀다 이 도시 모든 깃발들이 죽은 바람에 젖어 축 늘어지고 저인망처럼 훑고 지나가는 햇살에 고층건물의 그림자들이 일제히 목을 뽑고 순순히 끌려가도 미등기의 내 욕망에는 상표가 따로 없다 누가 저 거리에서 발을 멈추는가 선뜻 발 멈춰 나부끼는가, 바람 불게 하는가 바람 없는 걸음은 분주하고 바람 없는 길은 어디로든 닿아 있어 세월이 허무는 담장 너머로 찬란하게 열리는 폐허 죽음을 바라는 바람이 죽음을 불어와서 세상이 성가신 나무는 꾸역꾸역 물을 게워내고 무성한 포장육들 번들거리며 썩어간다 이제 벌거벗은 네온사인에도 피가 통해 살갗 터져 바스라지나니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나는 나부낀다, 설움도 없이 나부낀다 강 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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