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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포장마차..

by 류.. 2004. 11. 26.

 

 

       


        최악의 경기탓인지... 요즘 들어 아파트 주위에 포장마차가 많이 생겼다 닭똥집,꼼장어등을 파는 술집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학교 끝난 아이들이 들어와, 오뎅이나 떡복기,호떡을 집어먹는 그런 류의 포장마차.. 내가 가끔 찾는 갑천변 포장마차촌이 잘 지어진 아파트촌이라면 우리 동네의 포장마차들은 남루한 스레이트 지붕을 올린 낡은 집처럼 보인다 타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갑자기 거리로 나온 사람들.. 삶에 찌들린 힘겨운 인생일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줄줄이 메달렸을 테고 등짝이 휠 것 같이 마른 가장은 막노동을 나갈까...아내는 그럼 식당에서 설거지를 할까..그 고단한 삶.. 앞날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는지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을씨년스런 비가 내렸다 아파트 입구..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운영하는 포장마차 안에서 오뎅꼬치를 하나 베어물고 밖을 내다보는데 은행나무 노오란 잎이 비바람으로 거진 다 떨어져있었다 이렇게 만추가 가는구나.. 낡은 포장마차 지붕 위에도 은행잎이 수북히 쌓이고 밤조명에 얼핏 그 모습은 찬란하고 호화스러워 보였다 빨간 천위에 노란 나뭇잎 문양을 넣은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궁전처럼... 늘 웃는 얼굴인 포장마차 노부부가 그들의 가난과 상관없이 누구보다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아래 사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부부.. 소유하지 못해 욕심을 버린, 더 이상 꿈꾸기를 포기한 지친 인생일지라도 그들은 충분히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것이다 남루한 방, 눅진한 솜이불에 잠을 잘지라도 그들은 겨우내 이름다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오래 잃어버린 희망의 씨알이 발아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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