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이 아름다운 이유
해국은 이 땅의 꽃 중에서 가장 바다 가까이 걸어간 꽃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당당하게 꽃을 피워 올립니다.
자신의 종교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순교자처럼 해국은
땅의 끝에서 꽃의 존재를 알립니다. 해국이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입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등불을 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극지와 오지, 세계 최고봉에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모두 바닷가에 피는 해국입니다.
‘세계는 우리가 믿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해 이 세상을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인간적인 생존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다.’ 니체의 말입니다.
바닷가에 피는 해국을 볼 때마다 내 삶의 발자국 어디쯤 머물고 있는지를 반성합니다.
진일보된 나의 세계를 위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고난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만이 해국과 같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저처럼 당당한 자세로 설 수 있는 것입니다.
- 정일근 시인의 ‘10월의 편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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