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길을 가르친 건 외로움이다.
길 위에 있는 동안, 나는 가장 깊고 온전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건 가던 길을 멈추면, 그 순간부터 다시 길을 나설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나는 도로 휴게소에서도 오래 휴식하지 못한다.
달리는 동안 나는 나를 망각한다.
어떤 상태, 다시 말해 하나의 기류가 되어가는 나를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를 사로잡고 옥죄는 현실과 일상적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은 그때에만 나타난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생각은 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고, 시공을 관통하며 모든 정신적인 군더더기와 사유의 잔여물이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풍경처럼 스러지는 걸 느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럴 때 생각이 아주 명료해진다.
그리하여 나는 끝없이 떠나고 되돌아온다.
그 되풀이를 통해 인생의 과정을 정리하고 다시 원형을 회복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원심력으로 소용돌이치는 나날, 그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런 영혼의 흐름을 회복하고
되돌아오면 한동안 살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된다.
현실에서 얻게 되는 추진력은 요컨대 마음의 독이다.
약간의 독은 편안한 잠을 가져다주지만 많은 독은 영원한 잠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어찌 평생토록 한곳에만 머물고 안주할 수 있으랴.
어찌 길 위로 나서 이방과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물리칠 수 있으랴.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 박상우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중에서
♬ Mark Knopfler & Emmylou Harris "Done with Bonap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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