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人生

by 류.. 2012. 10. 23.

 

 

 

 

      나는 평생동안 강을보며 살아왔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나는 강가에 서있는 산처럼 늘 흐르는 물에 목이 말랐다  그러면서도 나는 흐르는 강물에 죽고사는 달빛 한조각을

      건지지 못했다 들여다 보면 강물은 얼마나 깊고 인생은 또 얼마나 깊은가  손 내밀어 삶은 그 얼마나 아득한가

      아, 때로 강가에서 저물지못해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했던 세월 저무는 일 하나가 너무나 쓸쓸해서
      타박타박 내 발소리 들으며 어둠 속에 내가 묻힐 때까지 걷던 길들, 나는 풀꽃이 진 자리에 앉아 산그늘로
      뜨거운 내 젊음을 덮어 식히곤 했다

      아, 길, 내 인생의 길에 푸른 산을 그리던 빛줄기들, 빈 산을 그리던 성긴 눈송이들, 참으로 인생은 바람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 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 일어나 산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떴더니 나는 쉰 고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김용택의 산문집 '人生'  중에서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에서 배우다  (0) 2012.10.27
풍경..  (0) 2012.10.25
그리운 서쪽  (0) 2012.10.10
태연한 인생  (0) 2012.09.25
그해 여름의 휴일들..  (0) 2012.08.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