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묻는다.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인가 라고.
언제나 어떤 완전한 힘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삶 속에 그대로 잠들어 있는
여러 가지 감성들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자극제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럴 때 한 달이고 일 년이고
몇 가지 진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여행을 한다. 나는 그 감각들이 우리에게서 저 내면
의 노래를 흘러 나오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내면의 노래가 없다면 우리가 느끼는
그 어떤 것도 아무런 값어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중략)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은 그럴 때 하나의 수단이다. 예수회신자들이 육체의 수련을
쌓고, 불교신자들이 아편을 사용하고, 화가들이 알콜에 빠져들어 가듯이. 일단 사용하고 나서 목표에
이르게 되면 높은 곳에 올라가는데 사용했던 그 사닥다리를 힘껏 발로 차버린다. 자기 자신을 깨닫는
데 마침내 성공하게 되면 바다에서 여행을 하며 배멀미를 하였던 여러 날들과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잠
들지 못했던 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면의 시간들을 까맣게 잊어 버린다(자기 자신의 인식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자기 자신을 넘어서 있는 다른 무엇인가일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자기인식>
이란 늘 그 여행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지고
나면 여행은 이미 끝난 것이다.
- 장 그르니에, ‘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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