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없는 사람은 싫다.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그늘을 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늘도 너무 짙은 그늘이 아니라 쪽동백나무 그늘 정도가 좋다.
지나간 상처나 서러움들이 잔잔한 그늘을 이룬 사람, 자신의 그늘로 자신의 뿌리를 썩게 하지 않는 사람,
화들짝 웃을 때면 쪽동백나무 이파리에서 햇빛 또르륵 굴러가듯 옆 사람까지 환하게 하는 사람,
바람이 불면 조금씩 그늘을 지우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버리지는 않는 사람,
그 그늘 오래 품으며 함부로 그늘을 만들지 않는 사람,
그늘을 가졌으되 썩지 않는 그늘이라서 그 그늘마저 환해 보이는 사람,
쪽동백나무 이파리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다치지 않게 어루만지는 사람,
그 그늘 아래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 쪽동백나무 같은 그 사람의 무릎에 누워 일생을 보내고 싶다
-<이대흠의 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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