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사막에 사는 여자처럼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었어.
육십 도의 고열도, 육년 동안의 가뭄도, 뜨거운 모래바람도,
백이십 일간의 부재도, 삶 자체의 남루함과 처참함도....
그런데 그 모든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게 하는 사랑이 박탈된 거야.
넌 단지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 내 생을 빼앗아버렸어.
안 돼.... 난 이제 절대로 예전처럼 될 수 없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너를 다시 사랑할 수 없어.
삶이 참을 수 없이 하찮아. 사람이 왜 허무해지는지 아니?
삶이 하찮기 때문이야. 마음을 누르는 극진한 게 없기 때문에....
........
- 얽히는 게 귀찮으니까. 사랑은 언제나 사랑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생에 시비를 겁니다. 삶을 위협해요.
특히 여자들이란 사랑을 가지고 한몫 보려고 합니다.
팔자라도 바꾸려고 들죠. 사랑한다면서 왜 저렇게 하지 않죠?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줘요. 이런 걸 사줘요. 왜 전화하지 않았죠?
내가 보고싶지 않았나요? 난 당신 여자예요. 이제 어쩔 거죠?
함께 살고 싶어요.... 여자들 그러는 거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 하지만 그게 사랑인걸요. 이런 식이죠. 먼저 사랑을 고백해야 해요.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하죠. 그리고 심지어는 결혼을 약속해야 하구요.
그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모든 것을, 말하자면 육체를 서로 허용해야죠.
- 보험 같군.
- 이 게임은 모든 걸 뒤집는군요. .... 고독하진 않나요?
- 그건 지불할 만한 대가요. 난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벌어먹이느라
늙고 지쳐가는 소시민적인 삶보다는 수상쩍고 고독하고
홀가분한 단독자의 삶을 택했어요. 그 편이 나에겐 쉬우니까.
전경린'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中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 (0) | 2007.06.18 |
---|---|
마음의 간격 (0) | 2007.06.17 |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0) | 2007.05.30 |
하루의 무게.. (0) | 2007.05.29 |
술과 함께 보낸 이 봄이여, 안녕/함민복 (0) | 2007.05.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