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건너는 삼랑진 다리 밑에 강나루가 있다. 물론 예전처럼 나룻배 타는 곳은 아니다. 강 쪽으로 훨씬 들어간 나루 위에 사람들 쉬는 평상이 기막히다. 평상 천장엔 넝쿨까지 둘러쳐져 볕을 가린다. 다리 목으로 한꺼번에 모이는 바람과 넝쿨로 삼랑진 다리 밑 평상에는 한여름에도 여름이 없다. 오늘 걸을 길은 이곳에서 숨을 모으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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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 강변 길은 기차 타고 가는 길이다. 걸리는 시간도 짧고, 운치도 두 배다. 마산역이나 창원역에서 기차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차를 타면 한 시간 가깝다. 삼랑진 가는 기차는 하루에 일곱 번, 오늘 걷게 될 강변길에 더욱 가까운 낙동강 역에는 오전에 두 번 기차가 멈춘다. 밤길을 연인과 걷고 싶다면 마산과 창원역에서 각각 오후 8시6분, 8시13분 차를 타면 된다.
낙동강역부터 걸었다. 역사를 나서자마자 전망 훤한 강둑길을 만날 수 있다. 강의 표면은 가을햇살에 반짝반짝한다. 하늘이나 강이나 눈이 부시다. 쌀랑한 ‘만추(晩秋)’의 바람에 쫓겨 ‘낙동철교’에 닿는다. 방금 기차를 타고 건너온 다리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철교 입구를 돌아 걸으면 ‘하부마을’. 그곳에 삼랑진 강나루가 있다. 오늘 걷게 될 노른자위 길은 ‘삼랑진교’ 맞은편 ‘상부마을’에 좁은 입구를 내민다.
마을 안길은 삼랑진교 쪽 큰길에서 윤곽을 가늠할 수 없지만, 거짓말처럼 이어진다. 햇살을 받은 마을은 한쪽에 농가가, 또 한쪽에 붕어·잉어 횟집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구조다. 사람을 찾기 어려운 평일의 강변마을에 저 멀리 사람이 보인다. 편한 옷차림에 이어폰을 끼고 어느 횟집 주변을 서성거리는 여인이었다.
그녀에게 물었다. 길은 어디까지이며, 나타나는 마을은 또 무엇인지. 이 길의 끝은 같은 삼랑리 거족마을이라고 했다. “끝까지 걸어서 30분 걸린다”는 느긋한 말투가 돌아왔다.
“김해 생림에서 20년 전에 이사왔습니더. 그 때는 지금보다 좁은 흙길이었지예. 가끔 차가 지나가면 길 따라 먼지가 나풀거리는. 몇 년 전에 콘크리트 포장됐던 그 길이 얼마 전에 아스팔트가 깔렸어예. 편하긴 한데 이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훨씬 줄었어예.” 눈앞에 20년 전의 파노라마가 흐르는 듯, 여인은 멀리 쳐다봤다.
길에는 고비가 없다. 마루를 넘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평평하다. 그러나 왕복 한 시간 길에 고비를 삼을 만한 곳이 있다. 강의 합류지점. 낙동강과 밀양강이 이 길의 가운데에서 몸을 합한다. 강원도 태백에 탯줄을 묻은 낙동강과 경북 청도에서 물길을 뿜은 밀양강이 여기서 만난다. 몸집을 두 배로 늘린 낙동강은 곧 흘러들 ‘남해’처럼 거대하다. 한참을 서서 크게 호흡하라.
같은 상부마을에 속하면서도 강의 합류지점 너머에 있어 ‘뒷기미’라 불리는 마을. 그 위쪽 훨씬 떨어진 곳의 거족까지 강변길은 밀양강 강둑을 따라 계속된다. 원근을 배우는 미술실처럼 길 아래위는 음영이 분명하다. 출출한 배를 메기매운탕에 소주 한잔이나 막걸리 한 사발로 살짝 다독여줄 수 있다. 다시 낙동강역으로 돌아오는 강둑길이 걷기에 헐렁헐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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