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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장흥~보성 해안일주도로

by 류.. 2006. 5. 30.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잡아당기면 갈매기 우는소리가 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름한 바다와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바다와 허름한 하늘이 존재하는 공간.
        그곳에는 언제나 오징어가
        이웃 순이의 팬티처럼 펄럭이는 빨랫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 통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바닷가로 걸어나가고 있고,
        그 바닷가 하늘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완장을 차고 만화가게 앞으로 나타나는 게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아직도 난로 위 주전자 뚜껑 소리 같은 사투리가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도 외상으로 남기는 목포 아저씨,
        그 백구두 소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회진항에는 허름한 하늘이 있다 / 김영남

         

         

         

                    

        장흥 장재도에서 보성 예당까지 바다를 길옆에 두고 길게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


         

        짙푸른 바다는 눈을 맞추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당신을 이곳에 있게 했는가.

        질문을 받은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그저 바다로 향해있던 시선을 슬며시 거둬들일

        뿐이다. 그러나 이내 시선은 다시 바다로 향한다. 도로를 지나는 동안 한순간도 바다를 피할 수

        없기에 몇 번이나 반복되는 바다의 질문. 그 속에는 세상 안에서 이리저리 부대끼고 휩쓸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참고 견뎌야 하는 무게가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길고도 깊은 사색에 접어들게 하는 바다.  해안 일주도로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그 길 위에 서면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르고, 사람은 누구나 저절로 여유로워 질 것만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과 30Km남짓한 거리를 달리는데 2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기에 속도를 낼 수 없는 까닭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길을 지나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잔잔한 풍경들이 그것이다. 도로를 경계로

        한쪽은 소나무와 크고 작은 잡목들이 어우러져 긴 숲을 이루고, 다른 한쪽은 고즈넉한

        바다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한적하고 편안한 모습들, 풍경들일뿐인데 도시에서처럼

        조급함이 밀려들 리 없다.

        해안일주도로가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 한 가지.

        도로 주변에는 순간적으로 눈을 매료시키는 풍경들이 있는 반면에 바다에 기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소리와 땀내음이 그대로 배어 있다. 한 고개 넘어 돌아서면 해변 마을,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마을, 마을. 삶의 냄새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 수 있는 향기가 있을까.


        안양면, 회천면, 득량면, 예당면. 득량만을 끼고 있는 그 길 위에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그러나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할 질박한 표정과 숨결들이 그리움이란 이름을 달고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질펀한 바다 사람들의 삶을 대하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행. 차를 타고 차창 바깥 풍경을 훔쳐보듯 지나는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을

        생각하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열에 아홉은 차에서 내려설 수밖에 없다. 해안 일주도로에는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장흥이나 보성 어디라도 상관은 없어 보인다. 어차피 같은 장소 같은 풍경인데 시작과

        끝이 바뀐다고 별 문제야 있을까. 그러나 따져보면 아주 사소하지만 큰 차이가 발견된다.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시작이 될 수도, 또 끝이 될 수도 있는 곳이지만 구별하자면

        장흥 안양면 장재도 앞이 시작이 되고 보성 예당면의 금능마을이 끝이면 좋겠다

        .
        금능마을 앞에는 들판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넓은 갈대밭이 있다. 바로 이 갈대밭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이 처음보다 크기를 바란다.

        금능마을의 갈대, 사람의 키를 훌쩍 웃자라 금빛 꽃을 피우고 있는 그 갈대는 지금 몸을 뒤척이며

        사람을 부른다  작은 바람에도 몸을 비틀며 온몸으로 서걱이는 갈대.

        그 속에 들면 사람은 금새 자취를 감추고 갈대밭과 하나가 된다.  
        그 갈대 속을 거니는 것으로 여행의 마지막을 삼는다면 해안 일주도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살아가는 순간순간 작은 울림을 던져줄 것이다.


         

         

        교통: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다가 18번 국도를 타고 안양면 방면으로  좌회전.

         계속 직진, 율산마을 표지석 앞에서 우회전한 후 1Km 정도 직진하면 장재도가 나온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수문해수욕장을 넘어 보성 회천면, 율포해수욕장, 득량면, 예당면 금능마을까지

        가면 된다. 계속 해안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면 되고, 금능마을에 이르면 도로가 끝나고 비포장

        신작로가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길을 잡을 수 있다.

        먹거리: 수문해수욕장 바로 앞 바다하우스(862-1021)에서 바지락회와 키조개회를 먹을 수 있다.

        금능마을 득량남해횟집(061-853-6736)에서 자연산 회와 더불어 아나고구이, 왕새우구이, 촌닭,

        백숙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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