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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끊긴 전화

by 류.. 2006. 5. 30.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 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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