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파랗게 사랑했던 날들

by 류.. 2006. 5. 24.

 

 

'푸른' 이라는 색채의 이미지 속에는

청춘, 덧없음, 절망, 추억의 이미지가 혼합되어 있다.

"파랗게 사랑해 파랗게" 라고 말한 로르카 시인처럼

푸른 바다 앞에서

내 청춘을 너무 사랑해 절망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푸름은 '우울' 이었다.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절망의 망집을 바다에

버리고 섰을 때 비로소 바다도 우울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푸른색이 주는 고독함으로 혼자서도

오래 아름다울 수 있던 푸른 발자국의 나날들.

 

바다 위를 날아가던 푸른 물고기를 본 적이 있는가,

은빛 햇살보다 빛나는 지느러미로

푸드득 튀어오르던 물고기

슬픔에 파랗게 녹이 슬어 우우 입술을 내밀고

절망의 늑골 속에 갇혀 있어도

등 푸르기만 하던 시절.

 

햇빛은 카페인처럼 두 눈을 적시고

눈부신 물결 위로 파랗게 부서지던 슬픔들, 사랑들

실의와 덧없음도 그때는 너무 아름답게 나를 생포했었다.

수많은 청춘과 추억의 동력으로

오늘도 이 세상에 생성과 소멸을 가르치며

푸른 여울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저 바다는
 
 
 
 
권대웅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있는 풍경  (0) 2006.05.27
모든 사랑은 무겁다  (0) 2006.05.25
곁에 있어도 외롭더라는데...  (0) 2006.05.23
결코 돌아오지 않는 4가지  (0) 2006.05.18
그리움  (0) 2006.05.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