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다 되어
그대가 떠났습니다
그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대를 떠나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회한이 없겠습니까만
그 중의 아름다운 기억들만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대가 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는 벌써 다 잊은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로 그대의 영혼이 잠시라도 평온을 잃을까
나는 오히려 걱정입니다
나는 그대가 준 마음 하나
그 자리에 남겨두겠습니다
우리를 묶고 있던 긴 터널은
이제 끝났습니다
갑자기 낯설어진 햇빛이
나의 혼자임을 일깨워줍니다
나는 나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나
늘 그런 것이겠기에
나는 여기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낯선 것에 대한 희망도 있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이제 내가 그대를 떠나겠습니다
시작한다는 것은 늘
떠나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박 정원,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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