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걸터앉아 심해 낚시꾼들이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눈높이까지 꼬리를 치렁대면서
흥건하게 퍼덕거림을 쏟아놓는 저 물고기
찢긴 아가미 사이로 피도 조금 내비치고 있다
심해는 어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잡혔을까 발광의 몸 둥글게 말아
천길 캄캄한 무덤 사이로
고요히 헤엄쳐 다녔을 저 물고기
수압을 견딘 무거운 납의를 벗고
한 번도 들어올려보지 못한 듯 천근 공기를 밀치고 있다
심해는 크고 작은 운석의 산실이어서
두터운 고무옷 껴입고
머리에 철뢰를 두른 잠수부들도 다녀올 수 없는 천심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 길이로 끌고 간다
서슬 푸른 비늘 한 잎 꽂아두려고
저 물고기 천애(天涯)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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