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사춘기 여드름처럼 무럭무럭 피어나고
눈물처럼 지던 꽃을 보면서 그 말을 했다
길목마다 햇빛처럼 지나가던 연인들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그 말을 했다
해 떨어진 공원벤치에 쓰러져 있던 홈리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 말을 했다
바람 되어 사라지는 희망의 뒤통수에다 대고
그 말을 했다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를 읽다가
그 말을 했다 봄 가뭄과는 달리
알아듣지 못할 말로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노래들을 듣다가도 그 말을 했다
나는 나고 너는 너고 그래서 사랑이 고픈
그 여자 휴대폰 액정화면 알뜰한 밀어대신 찍어준 그 말
- 나 지금 배가 고파요
Maximilian Hecker - Everything Inside Me Is 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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