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그리움이 깊어지기 위하여 비는 내리는가
비가 내리면 새들도 갈 곳 모르는데
기억의 못이 툭툭 빠져 물 위를 흐르고
높아서 흐려지는 고층의 창들
사람들 사이가 젖어 흔들려도
더 멀리 가는 길은 서슴없이 밝아져 아득하고
잎 떨어진 가지 끝에 침묵이 굳기까지
완고한 그림자 위태롭게 걸려 나부끼리니
무심히 흘린 발자국에 쫓기며
비가 멎는 곳까지 걸으면
뒤늦어 소문뿐인 그대 기다림
맑은 햇살에 잠겨 먼지처럼 흩날리며
내 기약 없이 떠돈 그 많은 날들
다 용서해줄 텐가
눈부신 현기증에 고단한 내 젖은 옷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증발할 텐가 그러나
나는 아직 좁은 어둠으로 우산 받쳐든 채
빗속에 갇혀 있고
미아처럼 방황하는 세상의 다른 길들
포개지며 묽어져 정녕
길을 묻지 않는 자의 정처를 지워버리기 위하여
비는 내리는가
비가 내리면 흔들림은 깊어져
기억의 저지대가 끝내 침수되고 마는데
강 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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