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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픈 여자

by 류.. 2004. 11. 11.

 

 

그 여자는 사춘기 여드름처럼 무럭무럭 피어나고

눈물처럼 지던 꽃을 보면서 그 말을 했다

목마다 햇빛처럼 지나가던 연인들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그 말을 했다

해 떨어진 공원벤치에 쓰러져 있던 홈리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 말을 했다

바람 되어 사라지는 희망의 뒤통수에다 대고

그 말을 했다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를 읽다가

그 말을 했다 봄 가뭄과는 달리

알아듣지 못할 말로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노래들을 듣다가도 그 말을 했다

나는 나고 너는 너고 그래서 사랑이 고픈

그 여자 휴대폰 액정화면 알뜰한 밀어대신 찍어준 그 말

 

- 나 지금 배가 고파요     

 

 

Maximilian Hecker - Everything Inside Me Is 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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