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오세영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길 (0) | 2004.11.10 |
---|---|
사랑이라는 것은.. (0) | 2004.11.10 |
추억에 대한 경멸 (0) | 2004.11.07 |
파리의 우울 (0) | 2004.11.06 |
가을 우체국 앞에서 (0) | 2004.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