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집을 비웠다 돌아오니
   베란다 더덕넝쿨이 축 쳐져있다
   누렇게 시든 잎사귀를 뜯어내며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 할때는 
   나름대로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라 할지라도.. 
   애정으로 그들의 언어를 읽어야 하는 것.. 
   그렇게 못하면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면 안될 일..
   아파트에  이사와서 혼자 살면서
   난화분을 하나둘 모으고,
   꽤 오랫동안 물주고 영양제 주면서 키워왔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 들어 파랗던 이파리가 누렇게 시들고
   해마다  쑥쑥 올라오던 새촉도 올해는 소식이 없다
   주인의 애정이 식은걸 눈치챈걸까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살다보니..
   내가슴엔 꽃들이 들어올 틈이 없었던가
   식물들도 그것을 알았는지..
   여느 해보다 맥이 없다
   꽃은 피었으나..  이내 시들어 한여름에 접어드는
   지금 벌써 수명을 다할 조짐이 보인다..
   늘 다짐하던..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바엔
   쉽게 애정을 주어선 안되겠다.. 는 말
   이번에도 말로 그치고 말았다
   책임감...우리가 소중하게 느끼는 
   대상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적어도 교감으로 
   최대한의 느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거... 
   그것은 참 어려운 일..
   어렵고도 어려운... 일
    20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