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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먼곳을 볼 나이

by 류.. 2004. 10. 26.

 

얼마 전부터 눈이 더 나빠졌음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다가온 원시의 증세가 최근엔 꽤 심각하다

신문을 읽을 땐 인상을 찡그려야 하고

사전의 글씨,휴대폰의 문자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는 하루 한알 복용할 알러지약을 소화제처럼

한꺼번에 두알 삼키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깨알같은 설명서를 읽을 능력이 없다면

약사에게 복용법 정도는 물었어야 하는 것인데...

내게는 그런 세밀함도 부족하다

그 정도로 생명에야 지장 없겠지만...

진통제를 소화제로 알고 먹기도 하고

약을 바꿔서 먹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제는

어떤 용도의 사용 설명서를 읽는 일도 쉽지가 않다

사자처럼 황량하게 먼곳을 그리워하는 원시,

내가 바로 그 슬픈 야성을 닮아가는 것일까

그리운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메일도 쓰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

그런 습관들... 단지 안 좋은 눈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내게는 어떠한 일로 돌이킬 수 없이 멀리 떠나보낸 사람들이 있다

눈으로는 멀어졌지만 죽는 날까지 그리워해야 할 사람들...

사진을 들여다보고 기억을 매만지면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나

감상이 밀려오는 것을 우려한다 격정에 휘말리면 떨치려 했던

미움의 대상까지 되살아나는 고통 또한 우려한다

사랑도 미움도 같이 할 수 없는 거리에 서게 된 현실을

시니컬하게 견디어 내라는 것인가

너무나 선명해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던 시간들...

가까운 곳에 연연하지 말고 먼 곳을 초연하게 바라보라고

사람들은 나이가 드나보다 나는 그것을 기뻐한다.

원시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슬픔도 미움도 실체가 희미해지려는지... 그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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