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그깟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줄을 설 줄이야
그래도 고맙다 신통한 부적처럼
우환을 막아 줘서 고맙고
속이 다 내비치는 안면을 가려 줘서 고맙고
세수를 안 해도 사람들이 모르니까 더 고맙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육이오 동란까지 겪고 또 겪고
살다 살다 마스크 대란이 올 줄이야
저들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벌레군단
국경도 인종도 가리지 않는 인류 침공에
어벤저스 슈퍼 히어로들도 속수무책인데
귓바퀴가 없으면 걸 데도 없는
저 손바닥만 한 천 조각들이 지구를 구할 줄이야
모든 화는 입으로 들어온다기에
쓸데없는 말 안 하고
나를 아끼고 남을 존중하며
마스크와 한철 보내고 나니까
아무래도 내가 좀 커진 것 같다
나라도 이전의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이상국
제목에서
랭보의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 연상된다
마스크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지옥은 아닐 지 몰라도 이제껏
사람들이 한번도 안 겪어본 세상임엔 틀림이 없다
이런 시를 보게 될 줄이야...
모데나,화이자 같은 제약회사에서 만든 백신이 소문대로 효과적이어서
마스크 안 쓰고 사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그 백신이라는 거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 아직은..
Max Raabe & Palast Orchester - Sex b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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