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재에서 월성봉으로 넘어가는 암릉.. 대둔산을 제법 다녔지만 이 구간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얼레지다리에서 늘 우측으로만 월성봉에 올랐으니까. 조금 험하긴 해도 금지시킬 정도는 아닌 듯 싶다
(금지시킬거면서 계단은 왜 만들었는지...) 사전에 알았으면 안 지나갔겠지만.. 되돌아갈 수도 없어
그냥 지나버렸는데.. 등로 양쪽이 벼랑이라 아찔하지만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대둔산 승전탑이나 돗대봉과 낙조대 라인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은 대둔산에 없다
반대쪽 양촌이나 멀리 탑정호까지 맑은 하늘 덕분에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월성봉 철쭉은 이제 한창 시작이지만 봉화산과 마찬가지로 꽃상태가 안 좋다
아무래도 냉해가 있었던 것 같다
5.6 km, 3 시간
사랑하는 사람아
햇살의 단내가 향그런 오월에는
우리 바람부는 숲으로 가자
한바탕 꽃 잔치 진탕하게 끝내고
자리 털고 일어나는 저 봄 그늘에
눈치없이 뒷 풀이 마련한
속 없는 여편네 같은 저 아슬한 꽃들일랑
주체할 수 없는 욕정(欲情) 부풀대로 부풀어
지나가던 어느 놈과 눈 맞아
벙그러지든 상관말고
우리 떡갈나무 무성한 숲으로 가자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 족하여
잠시 접어 두었던 꿈들을 들춰내는
오월에는
너와 나 또한
너와 나 말고
그 무엇이 필요하랴
삼백 예순 다섯 날을
그분께서 허락하신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돌고 돌아 정신없이 살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아
눈부신 오월 어느 한 날에는 머리카락 세는
고단한 일상(日常) 한 켠에 곱게 접어 두고
골 골마다 뻐꾸기 울음소리 바람에 흥건히 젖는
떡갈나무 숲으로 가자
망개꽃 넝쿨져 엉겨 오르는 것처럼
우리 오월 하루 한 날 그렇게 얼크러져
바람에 씻기운 살 내음 영영 잊지 못 할
떡갈나무 숲으로 가자
사랑하는 사람아
삼백 예순 다섯 날을 겹으로 살면서
오월 어느 하루 한 날에는 숲으로 가자
너는
밤새워 내 위에 쏟아져 내리는
밤 비가 되고 나 흐득 흐득 흐느끼는
메아리가 되련다......
-오월의 연가/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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