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州横断の道 やまなみハイウェイ
길가의 집 앞에 기다림이 쪼그려 앉아 하염없는데
끊길 듯 끊길 듯 필사적으로 뻗어간 이 길
길을 오가며 보던
차창에 비치던 옛 얼굴은 어디서 미라같이 쪼그라들고 있는지
길은 블랙홀로 자꾸 나를 빨아들이고
나는 소실점 하나로 길 위에 남았지만
그래도 사고다발지역을 지나면서
이 곳에 이르러서 불행해진 사람을 위해 성호를 그으면
폐가가 있는 길가의 쓸쓸한 풍경이 담뱃불 같이 잠시 환해진다
옛날 푸른 등같이 사과가 매달렸던 길가의 과수원이 사라졌는데
탱자 꽃 하얀 관사의 오후도 사라졌는데
아직도 길 위에 자욱한 사라지는 것들의 발소리
그래도 사라지는 것들을 배려해
누가 켜준 저 가물거리는 등불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밤 몇 눈금의 목숨을 길 위에 써버리더라도
안개 피는 새벽쯤이면
이 국도 끝 그리운 집의 문을 소낙비 같이 세차게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김왕노
La Vida Es Bella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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