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마음이 묵정밭 같아서
우리 함께 서해 바다를 보러 가자 했었지
삼각파도나 모래톱이나 칼날진 해풍쯤에
그대 마음의 뻗센 잡초 베어질 리 만무했지만
어쩌면 서해 일몰 속에 활활 타올라
화전이라도 다시 일굴 줄 알았지
우리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부산떨었는데
갯벌 기어가듯 느리고 더딘 행려
내 급한 생각만이 솟구치는 물결을 타고
지도책에서 배운 산동반도까지 헤엄쳐갔을 뿐
정작 그대는 서해로 질러가는 길을 피해
왜 자꾸 멀리멀리 돌아서 가자 했을까
서해, 죽은 바다와 황사바람 속에서
바닷새 몇 마리 사람 기척에 질려 있었지
기억해? 붉은 노을이 그대 뺨에 젖어내리는 동안
가슴엔 듯 둔탁하게 자갈 굴러가던 것을
그대를 넘어 바다로 가는 길은 멀고 멀어서
내 지친 목측 서둘러 침몰시키던 것을
그대 기억해? 오랜 세월 지나
일구어낼 마음밭 없어 황량해질 때마다
나 또한 그대 더딘 발걸음을 곰곰 헤아리듯이
강 연호
Asha -May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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