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느 날, 우울한 다짐

by 류.. 2018. 2. 13.

 

 

2월의 끝, 그것은 겨울의 끝인가
오래 잊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나는 창문을 연다
안짱다리처럼 어기적어기적 내리는 비가
파리한 나뭇가지를 유심히 진맥하고
나는 묵은 유행가 한 자락을 들추며 고작
담배나 피운다, 얕은 처마 아래로
아직 젖지 않은 예감 막막해도
흐르는 세월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온몸 뼈마디마다 두껍게 녹이 슨다
그러니 바람이여, 내 목덜미를 어루만진들
등골까지 서늘해지겠느냐, 한 죽음의 기별이
메마른 기억의 벌판에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켜
밭은 기침이라도 나오겠느냐
저 고단한 봄날은 일찌감치 희망을 압류하는데
겨우내 꿰매지 않고 지낸 호주머니의 구멍이 생각나
새삼 손가락 하나 허방에 빠진 듯 허전하고
공연히 높은 산 어딘가 버짐처럼 남았을 눈이나
떠올려볼 뿐, 정녕 하릴없이 헐거워져도
뼈아플 수 있다면
마지못해 기꺼이
기꺼이 살기로 한다

 

 

 

강윤후

 

 

 

 

 

Dmitry Krasnoukhov - About Love

 


 

 

 

 

 

''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에 걸려온 전화  (0) 2018.03.25
우체국 계단에 앉아..  (0) 2018.03.25
봄길과 동행하다  (0) 2018.02.12
겨울 숲을 아시나요  (0) 2018.01.29
서창,해장국집  (0) 2018.0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