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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길 - 정희성

by 류.. 2014. 6. 25.


       

       
      

        길 -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boly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bol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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