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내린 저녁 산 그림자 걸어나와
폭 넓은 저문 강을 덮기 시작하면
오래된 강물결 한결 가늘어지고
강의 이름도 국적도 모두 희미해지는구나
국적이 불분명한 강가에 자리 마련하고
자주 길을 잃는 내 최근을 불러모아
잠속에서 뒤척이는 물소리 들으며 밤을 지새면
국적이 불분명한 너와 나의 몸도
깊이 모를 이 강의 모든 물에 젖고
아, 사람들이 이렇게 물로 통해 있는 한
우리가 모두 고향사람인 것을 알겠구나.
마침내 무거운 밤 헤치고 새벽이 스며든다.
수만개로 반짝이는 눈부신 물의 눈.
강물들 서로 섞여서 몸과 몸을 비벼댄다.
아, 그 물빛, 어디선가 내 젊었을 때 보았던 빛,
그렇게 하나같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우리.
길 잃고도 쓰러지지 않는 동행을 알겠구나
마 종기
♬ A Place Called Morning /Bill Doug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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