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순간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어느 돌은 매끈하고 어느 돌은 편편하다.
굴러 내린 돌, 금이 간 돌, 자갈이 되고만 돌도 있다.
아래쪽의 넓적하고 큰 돌은 오래된 것들이고
그것들이 없었다면 위쪽의 벽돌들 모양이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어느 순간은 노다지처럼 귀하고
어느 벽돌은 없는 것으로 하고 싶고 잊어버리고도 싶지만
엄연히 내 인생의 한 순간이다.
그런데 이 성벽은 도대체 누가 쌓은 것일까.
순간이여, 알아서 쌓아라.
누구든 나를 대신해서 순간을 쌓아다오,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모른다.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성석제
♬ Don Giovanni ,Il Mio Tesoro Intanto/Rolando Villaz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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