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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11월

by 류.. 2009. 11. 3.

 

 


                               11월의 태안 신두리해수욕장
     


        이제 바다를 찾아가 보자
        바닷가에 가면 우선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적막한 호텔이나 여관의 방을 빌려 보라
        방이 스무 개나 서른 개 혹은 그 이상 있는 건물에
        완전히 혼자 있게 되면,
        거의 유령이 나올 듯한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거다
        방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부지불식간에 후딱 가버린,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들이나 겪었던 일들을
        느끼고 생각해 보라 마치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는 것처럼...


        아, 나는 그 시절 얼마나 오만했으며,
        슬프거나 외로웠던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고,
        기쁜 일은 또 얼마나 되었던가!
        아, 거짓된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랑의 맹세를 했으며,
        또 얼마만큼 진실되게 사랑을 약속했던가!
        아,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더불어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울려오는구나!
        아, 그 시절 얼마나 남을 비방하고 질투했으며,
        까닭없이 혹독한 불평을 늘어놓았거나,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사람들을 기만했던가! 또 얼마나 남을 골려주고 뒤돌아서서
        몰래 즐거워했던가
        이 자책감과 함께 몰려드는 허탈한 기분이여!


        그러면 이제 기분전환을 하러 바다로 가자
        아주 음산한 11월의 바닷물을 가슴으로 품으며 외쳐보자
        '영원히 위대한 신이시여, 옛날 옛적부터 기품이 있는
        독재자이신 신의 숨결, 신의 분노, 신의 자애와 무자비,
        신의 신비스러움이여!"
        신 앞에 겸허하게 머리 숙이고 정신을 강화시켜서 돌아오라

        그리고 서둘러 그곳을 떠나도록 해라
        모래와 바닷가의 언덕을 밟았던 발자국이나 앉았던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말고 떠나오라



        -안톤 슈나크, '11월'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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