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夢山浦 日記

by 류.. 2009. 8. 4.

 


 

 

 

        그대와 함께 걷는 길이
        꿈길 아닌 곳 어디 있으랴만
        해질 무렵 몽산포 솔숲 길은
        아무래도 지상의 길이 아닌 듯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건너가는
        참으로 아득한 꿈길 같았습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 좋았던 나는
        순간순간 말을 걸려다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속마음
        서로가 모르지 않기에.
        그래, 아무 말 말자. 약속도 확신도 줄 수 없는
        거품뿐인 말로 공허한 웃음짓지 말자.
        솔숲 길을 지나 해변으로 나가는 동안
        석양은 지기 시작했고, 그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그대는 살며시 내게 어깨를 기대 왔지요.
        함께 저 아름다운 노을의 세계로 갈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으로 내가 그대의 손을 잡았을 때
        그대는 그저 쓸쓸한 웃음만 보여 줬지요.
        아름답다는 것,
        그것이 이토록 내 가슴을 저미게 할 줄이야.
        몽산포, 해지는 바다를 보며
        나는 그대로 한 점 섬이고 싶었습니다.
        그대에겐 아무 말 못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그대 가슴에 저무는
        한 점 섬이고 싶었습니다. 


         

        -이정하,  夢山浦 日記
         
         
         
         

          이 세상의 수많은 약속들 중에서
          가장 부질없고 무의미한 것은
          연인들끼리 주고 받는 사랑의 약속이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거나, 그런 종류의 약속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도,
          그 약속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한 완벽한 믿음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우리들은 '그렇게 하겠다' 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 라고 소망할 뿐이다.
          기대할 뿐이다.
          많이 기대하고 소망하지만,
          그 마음이 깊고 끔찍하다고 해서
          기대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한 없는 희망은
          한 없는 절망과 맞닿아 있다.
          사랑 속에 이별이 존재하고,
          봄 속에 겨울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약속 안에는 텅빈 동굴과 같은 허무함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먼저 사랑의 약속을 파기했느냐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했느냐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애틋한 마음으로 약속을 나누었던 그 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잊지 않는 일이다.
          그 마음을 그래도 간직하고,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는 일이다.

           

          황경신

           


         Rene Froger - The Greatest Love We'll Never Know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0) 2009.09.25
가을  (0) 2009.09.20
이런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0) 2009.07.30
다시 강으로 가고 싶다  (0) 2009.07.21
치자꽃 설화  (0) 2009.07.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