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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추억의 아주 먼곳

by 류.. 2009. 1. 11.

 

 

       

       

       

          세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다던 여자가 있었다.

          태양이 없는 나라. 시간이 얼어붙은 나라. 불빛도 인기척도 없는 나라.

          그녀는 하필이면 왜 그런 곳에 가고 싶어했을까.

          도대체 어디를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던 걸까.

          헤어지기 전에 물어둘 걸 그랬나 보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금에 와서 나는 누구에게도 그걸 물어볼 수가 없다.

          당신은 가끔 그랬었지.

          푸른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은빛 날개를 보고 있으면 미쳐요, 라고.

          그래, 나도 삼나무 짙은 그늘 속을 헤매다 가끔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그땐 나도 귀가 멀어버리는 줄 알았지. 아주 어렸을 때야....

          그래,때로 먼지 낀 거울 속을 들여다보면

          거기 낯익은 얼굴 하나가 낮달처럼 조용히 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는 갈 수 없는 기억 저편에 혹은 추억 저편에.

          그래 우리는 누구나 그 묵은 풍경으로부터 추억으로부터 왔다.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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