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 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 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 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 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 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 입니다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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