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점과 반대쪽에 있는 간다가와(神田川)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해가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보도의 바닥돌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렸다. 아침과는 달리 좀 덥게 느껴졌다. 기숙사 옆, 둥근 유리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용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도시락집 앞 사거리에서 다시 신호등을 건넜다.
편의점과 인도 음식점, 구식 과자점, 100엔숍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골목 안으로는 주택가다.
오래된 집들과 깔끔한 현대식 주택이 뒤섞인 한적한 곳이다.
회색 제복을 입은 공장 직원이 길에 서 있는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빼고 있다. 자판기에는 카우보이
모자에 콧수염을 붙인 여자가 커피를 마시는 캔커피 광고가 붙어 있다. 골목 끝, 다리 아래 퍼런 강이
누워 있다.
일본에 온 다음날 오전, 남편이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곳이 바로 이 강이었다.
강가에는 철망으로 된 가드레일이 쳐져 있어 허리를 꺾고 강을 굽어볼 수도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자연스레 흐르는 물줄기가 아니라 양쪽에 견고한 콘크리트 벽 사이로 고여있는, 어쩐지 비밀스럽고
음습한 저수지 같았다. 그 날도 아침부터 날이 찌기 시작했다. 쓰유(우기)가 끝나고 폭염이 계속되고
있었다. 콘크리트 벽은 물이끼로 검푸르게 변색되었고 강은 햇빛을 받아 진득한 콜타르 위에 비닐을
척 덮어 놓은 것처럼 검게 번들거렸다.
“벚꽃들이 강으로 날려 그야말로 볼만했소. 그런 모습은 아직 본 적이 없어 꿈을 꾸는 것 같았다오.
강은 아예 꽃잎으로 하얗게 덮여 흘렀소.” 봄에 남편은 그렇게 메일을 보냈었다. 나는 나무 그늘이
있는 가드레일에 몸을 기대 철조망 아래, 물을 맥없이 내려다보았다. 톱밥 같은 부유물이 물 가장
자리에 떠다녔다. 그때 서늘한 축축함이 내 종아리를 훑고 지났다. 지나가던 개의 혀였다
그러나 여름이 물러가면서 강가의 나뭇잎들이 물들고, 강물이 제법 깊어지자 그곳이 꽤나 운치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노란 나뭇잎들이 드문드문 떠 흐르는 강물은 벚꽃보다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보기 좋았다. 간다가와 길은 오후 산책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당선작,'가을의 자전거'(이민우) 중에서 발췌
*간다가와(神田川)는 도쿄 시내를 가로지르는 샛강
貴方は もう 忘れたかしら
아나타와 모오 와스레타카시라
당신은 이제 잊었을까
赤い手拭 マフラ-にして
아카이 테누구이 마후라-니시테
빨간 수건을 머플러 삼아 두르고
二人で行った 橫町の風呂屋
후타리데 잇타 요코쵸-노 후로야
둘이서 간 골목의 목욕탕
一緖に出ようねって 言ったのに
잇쇼니 데요-넷테 잇타노니
함께 나오기로 해 놓고선
いつも私が 待たされた
이츠모 와타시가 마타사레타
언제나 내가 먼저 나와 기다렸어
洗い 髮が 芯まで冷えて
아라이 카미가 심마데 히에테
감은 머리가 속까지 차가워지고
小さな石 カタカタ鳴った
치이사나 셋켄 카타카타 낫타
작은 비누는 딸깍딸깍 소리가 났어
貴方は私の身體を抱いて
아나타와 와타시노 카라다오 다이테
당신은 내 몸을 안고서
冷たいねって言ったのよ
츠메타이넷테 잇타노요
차갑네 라고 말했어
若かったあの頃 何も恐くなかった
와캇타 아노 고로 나니모 코와쿠나캇타
젊었던 그 시절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어
ただ 貴方のやさしさが 恐かった
타다 아나타노 야사시사가 코와캇타
단지 당신의 다정함이 두려웠어
貴方はもう捨てたのかしら
아나타와 모- 스테타노카시라
당신은 벌써 버렸을까
二十四色のクレパス買って
니쥬욘이로노 쿠레파스 캇테
24가지 색깔의 크레파스 사서
貴方が書いた私の似顔繪
아나타가 카이타 와타시노 니가오에
당신이 그린 내 얼굴 그림
巧く書いてねって言ったのに
우마쿠 카이테 넷테 잇타노니
잘 그려 달라고 말했는데
いつもちっとも 似てないの
이츠모 칫토모 니테나이노
언제나 전혀 비슷하지 않아
窓の下には神田川
마도노 시타니와 칸다가와
창문 아래는 칸다강
三疊一間の小さな下宿
산죠- 히토마노 치이사나 게슈쿠
세 첩짜리 한 칸의 작은 하숙방
貴方は私の指先見つめ
아나타와 와타시노 유비사키 미츠메
당신은 내 손가락 끝을 보고는
悲しいかって 聞いたのよ
카나시이캇테 키이타노요
슬프냐고 물었어
若かったあの頃 何も恐くなかった
와캇타 아노 고로 나니모 코와쿠나캇타
젊었던 그 시절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어
ただ 貴方のやさしさが 恐かった
타다 아나타노 야사시사가 코와캇타
단지 당신의 다정함이 두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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