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쑥부쟁이 사랑/정일근
그대여
한 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 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 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한 세상 사는 것/ 이 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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