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세영,10월'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수동의 그림들 (0) | 2007.10.23 |
---|---|
'첩혈쌍웅', 한국 남자주인공으로 할리우드서 리메이크 (0) | 2007.10.10 |
최신형 중급 DSLR 스펙 비교 (0) | 2007.09.24 |
우리나라 (0) | 2007.09.02 |
시집... 구룡포로 간다 (0) | 2007.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