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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Memento mori

by 류.. 2007. 2. 6.

 

      중세 수도사들이 일생동안 말을 못하는 엄한 수도원 수도생활 중에서도 유일하게 할 수 있었는 말.
      메멘또모리.... 죽음을 잊지말라 .

      죽음은 우리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연관시켜 늘 기억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에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야 하겠다.

      이곳 다모임에 와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만나던 이들도 사고 또는 질병으로 어느날 운명하였다는 말을 들었을땐

      가슴이 져미고 더욱 그리워지곤하였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 그렇게 몇몇분도 헤어졌다.

      삶의 허무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대에 따라 강약을 달리하면서 사람들을 지배해왔다.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아직 그에 대한 특별한 처방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 이런 허무적 감정이 특별히 고조되었지요.
      니체는 기독교적 가치의 몰락이 서구의 허무주의를 야기시켰다고 했지만, 사실 기독교적 가치가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던

      시대에도 이런 감정은 늘 존재해온 것 같다. 중세 말기는 이런 감정이 특별히 고조되었던 시대이다.
      중세 말기(특히 15세기 초)에 유행했던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는 이런 시대적 정서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춤추고 또 춤추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는 낭만적이면서도 서글픈 이미지, 허무와 공포를 잊으려는 몸부림, 이런 이미지

      는 훗날 뭉크의 그림에서도 재현된다.

      삶 속에 이미 죽음이 들어와 있다는 것, 비샤의 의학과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이 생각은 중세 말, 르네

      상스, 17세기로 이어지는 서구문화사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형성했다.

      마카브르는 하층민들뿐만이 아니라 귀족들이나 성직자들, 심지어 교황들에게까지 퍼졌고, 마치 전 유럽 사람들이 죽음의

      춤판에 빠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로 표현했다.

      메멘토모리
      승리... 패배... 이런 말들에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죽음은 언제나 그랬듯이 나 자신을 향해 한 발 한 발 쉼 없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죽음을 멀리할 수나 있다는 듯이 삽니다.
      마치 죽음을 진즉이 폐기처분한 양, 그래서 더 이상 나에게는 죽음이 없다는 듯이 우리는 죽음에 무심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죽음의 소식에 익숙한 탓인지, 죽음을 마치 일상의 평범한 사건인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한 쪽 구석에 처박아 놓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그렇다고 수시로 맞이할 수도 없는, 그렇게 소중한 것인데,
      우리는 죽음을 마치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그런 일처럼 그냥 내던집니다.
      무수히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 판에 눈길을 주지 않듯이,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 죽음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그 망각의 강 레테의 강...
      이승에서 저승으록 가기 위해서는 망각의 강인 레테의 강을 거쳐 가게 되는데 이 강에서는 이승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게

      된다. 저승에서 이승에 대한 기억때문에 괴로워할 일이 없도록 말이다..
      신화 속에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 레테(Lethe)라는 강이 흐른다.
      사람이 죽어서 저승 땅인 하데스의 영역으로 들어가려면 여러 개의 강을 건너야 하는데,
      첫번째 강은 공짜라고는 모르는 매정한 카론이라는 영감이 바닥이 없는 소가죽 배로 혼령들을 실어나르는 비통의 강인 아케

      론 강이며, 다음이 시름의 강인 코퀴토스 강,
      그리고 다음의 불의 강을 건너면 맞닥뜨리는 마지막 강이 바로 레테 강이다. 레테는 망각의 강이다.
      즉, 이승에서의 슬픈 추억은 모조리 잊고 저승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뜻에서 혼령들은 레테를 건너고 그 강물을

      마신다. 또 하나의 레테는 잠의 신 휘프노스의 동굴 속을 흐른다고 한다.
      휘프노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항상 수행하고 다니는데, 잠 또한 고된 일상의 휴식이자 망각인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잠으로도, 죽음으로도 이승의 슬픈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저승의 신 하데스 앞에 있는 망각의 의자, 즉 레테의 걸상

      (Chair of Oblivion)에 앉게 된다고 한다.

      만약 이승에 레테의 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승에 망각의 강은 없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평하게 다가올 사건이고, 그러면서도 단 한 번 결정적인

      순간에 맞이해야 할 마지막 사건이며, 그렇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이다.
      죽음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내가 계획한대로 꾸밀 수 있는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죽음은 결코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도망갈 수도,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끝없는 사랑만이 우리의 삶과 죽음을 즐겁게 합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갈망했던 죽은 그 사람의 내일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도 죽음의 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잊지 맙시다.
      서로 다른 길을, 그것도 홀로 걸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의 문을 지나야 합니다.
      그 죽음의 문을 지날 때 아무것도 지닐 수 없음을 기억합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미움과 불의와 갈등도 다 털어 버리며 살아야 합니다.

      메멘토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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