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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전주, 막걸리

by 류.. 2007. 2. 5.

 

 

 



전주막걸리(고유명사) 물 좋기로 유명한 전주에서 만들어져 유달리 맑고 시원한 막걸리. 순수 그대로의 곡주다. 후덕한 전주 인심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막걸리집을 함께 이른다. 한 주전자에 1만원인 막걸리를 시키면 한정식 부럽지 않은 안주가 한 상 가득 나오는데, 안주는 철따라 다르고, 그날그날 다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고, 빈 주전자가 늘어날수록 더 맛난 안주가 나온다. 삼천동·평화동·서신동·송천동 막걸리골목이 유명하다. 대개 허름한 간판과 좁은 출입문으로 실망할지 모르지만, 과감히 문을 열면 만찬의 세계다


상다리가 휘어진다? 전주는 어느 막걸리집이나 참으로 성대한 음식을 자랑한다. 삶거나 굽거나 무치거나 혹은 날 것으로 요리해 말 그대로 산해진미를 차려낸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 것 같지 않은 상차림. 입가를 한번 더 쓰다듬게 하는 막걸리와 푸진 안주. 그렇다고 음식의 가짓수가 많아서 자랑하는 것만은 아니다. 음식에도 강약이 있고, 여운이 있는 것. 이제 가짓수가 많다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엔 사람들의 입맛이 많이 세련돼졌고 까다로워졌음을 전주도 잘 알고 있다. 값만 싸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음식 솜씨가 어우러졌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계속 찾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전주의 막걸리집은 막걸리주전자와 막걸리잔뿐 아니라, 숟가락과 젓가락도 부산하게 움직인다. 욕심 낼 만큼 먹어도 좀처럼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싶지가 않을 만큼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건 전라도 아낙네의 손맛과 성대한 인심이 함께 오른다는 것. 웃음 끊이지 않게 하는 푸진 인정이다

 

 

 



전주는 몇 년 전부터 막걸리 전성시대다. 경원동 동부시장, 평화동 뱅뱅골목, 효자동 전일여객 부근, 삼천동 삼익수영장 옆 우체국 골목, 서신동 본병원 앞은 해만 떨어지면 막걸리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몇 년 전과 달리 실내가 넓고 쾌적한 막걸리집들도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막걸리 맛 하나만으로도 승부를 낼 수 있는 삼천동 <마이산청정막걸리>. 지난 여름 가게를 확장한 이 곳은 기본 안주도 갑절이나 늘었다. 막걸리집들이 많아지다 보니 삼계탕이나 삼합, 활어회, 꽃게장, 활전복까지 무료 안주로 나오는 등 안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아예 옻닭 한 마리를 통째로 주는 곳도 있다. 앉자마자 팽이버섯 볶음이 나오는 서신동 <서신막걸리>는 고추장 양념에 잘 고아낸 족발과 빛깔 곱게 익은 김치에 싸서 먹는 삶은 돼지고기, 부대찌개가 차례로 나온다. 송천동 <생생막걸리>는 포크커틀릿을 업그레이드 안주로 준다. 서신동 <옛촌막걸리>는 술집이라기보다 가족의 이색 외식장소라고 할 만 하다. 막걸리 한 주전자면 닭백숙과 돼지고기 편육, 돼지족발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경원동 <한울집>은 소박한 안주도 별미지만, 콩글리시의 대가인 주인장의 입담에 술맛이 배가된다. 그래서 전주 막걸리집에서 보내는 오후는 행복하다.

예술인이 많아서인지 막걸리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사이다나 요구르트를 섞어먹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가, 요즘은 깔끔하고 뒷맛이 개운한 ‘맑은 술 막걸리’가 상종가다. 막걸리 병을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보관해 침전물을 가라앉혀 위쪽 술만 떠 마시는 것

전주의 막걸리가 맛있기도 하지만 맛의 고장이라는 지역 특색도 한몫해서 정확한 표현은 전주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맛있다는 게 옳다. 술은 술 그 자체로도 맛을 내지만 푸짐한 안주와 넉넉한 인심,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전주만의 고즈넉함이 막걸리의 맛을 더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전주에서만 연간 1천만 병도 넘게 팔리고 있으며, 이는 전주시민 60만 명을 기준으로 1인당 16.7병을 먹는 양이라고 한다. 성인 1인당 연간 약 25병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시는 ‘막걸리촌 지도’를 제작해 배포했고,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통음식팀과 관광진흥팀, 지역상품팀으로 구성된 추진기구도 만들었다. 지난 가을, 전주김장축제에서는 전국 최고의 술꾼을 뽑는 <막걸리 빨리 마시기 대회>도 열었다. 500CC의 막걸리를 흘리지 않고 빨리 마시는 대회. 1등 했다고 자랑하기에 민망한 대회지만, 호응은 꽤 좋았다

전주시는 막걸리를 전주의 대표적 명품의 하나로 개발하기 위해 100여 개 소에 이르는 막걸리 전문 판매업소와 2개소의 막걸리 제조업체에 대한 사이버 홍보와 안내 표지판 설치 등도 추진, 관광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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