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남도에 다녀오던 길.. 금산 남이면을 지나다가
진악산 자락에서 보석처럼 숨어있는 보석사를 우연히 발견하곤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 때 이후 나는 그 한적한 산사를 습관처럼 찾곤 했지요
나를 보석사 숲길과 가까와지게 한 것은 나무였습니다
오래된 전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하듯 절간으로 드는 이를 반기고
작은 개울 위 놓인, 약간은 위태로운 나무다리를 건너면 빛 바래 더욱 근사한 대웅전 지붕을 볼 수 있고
다시 그곳에서 왔던 길 쪽으로 반만 돌아서면 천년 넘게 보석사를 지킨 은행나무가 늠늠하게 서있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장소는 바로 그 다리였습니다
숲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 새소리, 고색창연한 대웅전 처마 뒤로
높고 낮은 산들이 옹기종기 키 재기를 하는 모습.. 무릉도원에 홀로 있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 아름다운 다리...
길이란 늘 그렇지요
오르막에 비해 내리막이 그렇고, 갈 때에 비해 돌아올 때는 허망하게 짧다는 것. 그러나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보게 하고 누리게 하고 깨닫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길 아닌가요
고적해서 외롭고 외로워서 평온한 길..
나를 가끔 뒤 돌아보게 해주는 보석사 그 숲길을 나는 무척 사랑합니다
이 여름 장마철 폭우에도 보석사 은행나무는 늠늠하게 잘 있겠지요 아마도..
침묵과 비움을 생각했고 그 길 끝에 그대가 있었다
모두 비워야 닿을 수 있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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