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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그가 내 노트에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by 류.. 2006. 4. 26.

 

 




                     [보현산천문대별아저씨그는별들과놀다가혼기를다
                      놓쳤다어떤별이그에게시집와줄까술이라도취한날그
                      는별들을만지작거리다가간혹떨어뜨리기도했다] 


                                  그가 내 노트에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밤에도
          불 켜지 않는 그의 방은 세상의 모든 별로 가득 차 있다.

          서로 닿을 수 없는 저 만큼의 거리,

          그는 어쩌면 지금 아픈지도 모른다.

           

          여든여덟 개의 별자리를 욀 수 있는 슬픈 몰입,

          그가 날마다 배치하는 여든여덟 개의 별자리,

          여든여덟 개의 꽃밭, 여든여덟 개의 그림일기,

          여든여덟 개의 식탁, 여든여덟 개의 동서남북이
          때때로 기울어지고 나란해져도.

          별자리란 서로 만날 수 없는 거리를 앞에 두는 것,

           

          눈물 글썽이는 4등성의 비애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눈빛 보내지만
          헐거운 수도꼭지 같은 세상 저 어디 누수 있어 비밀들
          하나씩 스러지고, 긴 빗금 그으면서 별들은 죽어,

          죽 어서 가까워지려다 타 버렸던 유성의 이야기가 지상
          에선 어떻게 전해질까.

           

          그가 내 노트에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말을 버리고 손끝으로 별을 낳는 사람,

          그의 손을 거쳐 나온 별들은 젖멍울이 단단해져 있었다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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