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천문대별아저씨그는별들과놀다가혼기를다
놓쳤다어떤별이그에게시집와줄까술이라도취한날그
는별들을만지작거리다가간혹떨어뜨리기도했다]
그가 내 노트에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밤에도
불 켜지 않는 그의 방은 세상의 모든 별로 가득 차 있다.
서로 닿을 수 없는 저 만큼의 거리,
그는 어쩌면 지금 아픈지도 모른다.
여든여덟 개의 별자리를 욀 수 있는 슬픈 몰입,
그가 날마다 배치하는 여든여덟 개의 별자리,
여든여덟 개의 꽃밭, 여든여덟 개의 그림일기,
여든여덟 개의 식탁, 여든여덟 개의 동서남북이
때때로 기울어지고 나란해져도.
별자리란 서로 만날 수 없는 거리를 앞에 두는 것,
눈물 글썽이는 4등성의 비애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눈빛 보내지만
헐거운 수도꼭지 같은 세상 저 어디 누수 있어 비밀들
하나씩 스러지고, 긴 빗금 그으면서 별들은 죽어,
죽 어서 가까워지려다 타 버렸던 유성의 이야기가 지상
에선 어떻게 전해질까.
그가 내 노트에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말을 버리고 손끝으로 별을 낳는 사람,
그의 손을 거쳐 나온 별들은 젖멍울이 단단해져 있었다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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