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말없이 풀리는
수국색 창가에 서서
그대가 서있는 곳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그대 생각하다가 날이 저물고
그러다가
무심한 날의 안부처럼
하루 해가 또 저물었습니다
어느 새 밤은 닿고
나는 그대에게 이르는 길을 찾아
저문 목숨을 서둘러 보지만
서툰 발자국들이 곤곤히
빠져나간 거리에는
그대 처음 만나던 날의
귓볼 파아란 산녘바람처럼
아직은 속살이 성긴 봄바람 한 자락이
발심한 듯 온 세상을
야트막하게 털고 있습니다
그대의 하늘도 저렇듯 적막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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