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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부(西風賦)

by 류.. 2006. 3. 17.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서풍부(西風賦)/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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