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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언덕에 바람 (여수 돌산도)

by 류.. 2005. 12. 14.

 

 

 

몇 해전 겨울 돌산 향일암 다녀오는 길에 표지판의 이름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던 찻집이 있다.
'언덕에 바람'. 아마 '언덕의 바람'이었다면 날도 저무는데 그 찻집을 굳이 찾아가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의'가 바람을 언덕에 묶어두는 느낌이라면 '에'는 바람을 온통 자유롭게 풀어

놓는 느낌이랄까. '의'가 과거형이라면 '에'는 '현재형'의 느낌이랄까...순전히 '에'에 이끌려 찾아간 그 언덕엔 정말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다녀온 뒤에도 그 찻집을 떠올리면 '그 언덕에 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언덕에 바람'은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외따로 서있다.
언덕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찻집 안으로

들어가도 바다는 따라 들어온다. 창마다 네모 칸칸이 바다 풍경이 다르다. 어느 창으로는 작은 배들이 바라다보이고 어느 창으로는 섬이 내다보인다.


배 몇 척 떠있는 곳이 작금항이고 앞에 바라보이는 섬은 횡간도란다.

 

 

 

'언덕에 바람에'는 해질 무렵 가면 좋다.
저물어가는 바다에는 이 세상 온갖 색깔이 다 스며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다 이내 어둠속에 묻히는 바다를 보고

나면 한 세상을 겪고 난 것 마냥 깊은 숨이 내쉬어진다

 

 

사람들이 여수에 가서 돌산대교를 건널 때면 흔히들
향일암의 일출이나 방죽포 바위틈에 무리를 이루고

핀 겨울 동백꽃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돌산도 서쪽의

작은 어촌 ..작금마을과 성두마을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믾지 않다

원도로 낚시를 떠나기 위해 하룻밤 잠시 머무는 선착장

돌산도 해안일주도로에 자리 집은 수 많은 어촌마을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곳은 거저 스쳐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그러나 내가 돌산도를 자주 찾는 이유는 이 집의 매력에 끌려서이다

수평선 위로 보름달 떠오를 때 이 집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볼만한 곳이 이 땅엔 드물다

아니 이 집 창가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 볼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먼길 달려온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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