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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완주 할머니 국수집

by 류.. 2005. 9. 18.



할머니 국수집 문은 큰길로 나 있지 않다. 시장 안으로 조금 비켜 난 문. 조금 뻑뻑한 듯한 그 오래된 미닫이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설 때 키가 큰 사람이라면 허리를 좀 낮춰야 할 것이다. 바로 거기서부터가 '할머니국수'의 맛이 시작되는 전주곡이다.

1950년 6.25전쟁통부터 거기 있어왔다는 '할머니국수집'.
"그러니까 이게 몇 십년 된 의자란 말이지 응"
첨 온 사람이라면 등받이 없는 긴 의자에 앉으면서 감개무량해 할 일이다. 부뚜막을 중심으로 'ㄴ'자 형태로 배치된 이 의자엔 궁둥이를 붙여 앉으면 열 명쯤 끼여 앉을 수 있다. (물론 방도 있고 가게 앞 시장통으로 평상도 하나 두고 있지만 할머니 국수집의 로얄석은 바로 여기다.)

주문은 대·중·소로 하면 된다. '대'자를 두 개로 먹는 사람도 있다니 옆에 사람 눈치 볼 것 없다. 국수를 담아내는 노란 양푼은 어디로 보나 고급그릇은 아닌데 그 소박한 맛이 오히려 국수 맛을 돋운다. 아주 찌그러진 것은 바꾸면서 쓰는데 어떤 이는 그 찌그러진 것을  오히려 좋아한단다.


금방 말아내놓은 국수 위엔 곱게 빻은 고춧가루와 너무 잘지 않게 썬 파가 올라와 있다. 국물 맛은 담백하고 편안하다.
"멸치 존 걸로 쓰면 되지 뭐"

평생 그 부뚜막에서 국수를 말아 냈다는 권부녀(81)할머니의 대를 이어 국수집을 지키고 있는 며느리 정현자(54)씨가 아까운 기색 없이 내놓는 '비결'이다. 
대를 이었다지만 시집온 이래 줄곧 지켜온 자리니 벌써 35년 이력이다. 그가 말아낸 국수가닥을 다 이어붙이면 흔한 말로 지구와 달을 얼마쯤 왔다갔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


그이가 가르쳐주는 국수장국 내는 좋은 멸치는 좀 큰 듯하고 '놀짱한' 빛이 나면서  잘 마른 것이란다. 게다가 국수를 제대로 삶는 법까지 가르쳐주는 인심이 후하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국수가닥을 던져서 주방 타일벽에 붙어야 한다고 보여주드만  그렇게 붙을 정도가 되믄 이미 퍼진 것이여"
찬물에 넣었을 때 투명한 것이 알맞게 삶아진 거란다.

할머니국수집엔 숟가락이 없다. 선 채로 후루룩 요기를 하고 가는 장꾼들에게 숟가락을 쥐어준들 "얼어죽을! 숟가락은 무슨..."  하는 퉁박이나 되돌아왔을 터.
모름지기 장터의 국수국물은 수저로 떠먹는 법이 아닐 것이다. 양손으로 그 양푼의 따스한 온기를 감싸안아서 마시든지 아니면 한손으로 양푼의 가장자리를 들고 훌훌 마시든지...

국수만 내놓기 미안해서 근처에 있는 텃밭에서 따다 올린다는 고추와 집에서 담그는 된장에 잘익은 김장김치가 따라나오는 할머니 국수집.
언제 완주 근처 어디 지나는 일 있으면 한번 들러보시기를 권한다.

메뉴:'할머니국수' 한 가지. 대 3500원 중 3000원 소 2500원  
주소: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기리 330번지 (봉동농협 앞)

전화:063-261-2312
영업시간:
오전10시~저녁8시
휴무:명절언저리 2~3일

주차:봉동농협 근처 아무데나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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